16.6.18(토)_스리랑카에서의 마지막 날, 그리고 그 소감

 

스리랑카의 마지막 날, 스리랑카 여행 중 제일 힘든 하루였다. 그래서인지 기억도 부정적.

 

떠나는 시간은 사실 밤 12시였는데, 마지막 날은 언제떠나든 흐지부지 지나가는 느낌이다.

갈레에 3일이나 있었고, 지난 이틀간은 계속 갈레포트 안에 있었기 때문에, 오늘은 숙소주인이 추천하는대로 갈레외곽지역을 돌아보기로 했다. (하고나니 스리랑카 7일 중 제일 시간, 돈 아까운 하루가 되었다.)  자기 아들도 같이 가도 되겠냐고 해서 아들도 같이 갔는데, 우리의 개념과는 조금 다른 생각이었다. 그냥 내가 돈 다 내고 빌리는 보트에 자기 아들도 얹혀서 타는건데, 그러면 반반이라던지 7:3이라던지 이렇게 가격을 내야되는 거 아닌가. 그리고 나도 그냥 그 숙소주인이 현지인이라 당연히 보트업체에서 합리적인 가격을 부를 거라고 생각하고, 5만원 정도를 불렀는데 그 돈을 다 내고 탔다... 미쳤어. 이번 여행 중 그냥 돈을 버린 것 같은 두번째 사건이었다(첫 번쨰는 마사지.) 여행 중에 사기를 당할 수도 있고, 특히 저개발국가를 갈 때는 좀 부풀려진 금액을 청구하기도 하지만, 한국이라면 내야될 값보다 비싸게 내지 않았으면 기분 나빠하지 말자고 생각하는데, 이번 보트는 진짜 한국에서도 이 가격은 안했을 것 같고, 너무 능청스럽게 외국인 등쳐먹으려고 하는 것 같아서 화가 났다. Sea Turtle Hatchery 간다고 해서 무슨 바닷가에 그런 장소를 보는 건 줄 알았는데, 그것도 무슨 수족관보다 못한 시절에 거북이들이 있는 곳이고. 아직 안목이 낮은 건지, 진짜 작정하고 외국인 등쳐먹으려고 하는건지. 지금 생각해보면 이 날따라 내가 더 부정적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더운 날씨에. 그런데다 지불한 금액대비해서 만족도가 떨어지니 더 짜증이 났던 것 같기도 하고. 숙소주인의 애는 정말 에너지가 넘쳐서, 장난기 많은 4살인데, 하지말라고 해도 모자로 나를 엄청 세게 얼굴을 가격하거나 팔을 갑자기 물어서(흉터가 생길정도로) 그것도 짜증났다. 부모가 제재도 못하고. 내 말을 듣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숙소 주인이 인정많은 사람이라 콜롬보공항으로 떠나는 버스타는 4시까지 숙소에서 쉬게 해주었다. 씻고 다시 버스를 탔는데 이 버스로 콜롬보버스터미널까지 가서 버스터미널에서 다시 공항가는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체력소진으로 이 여정이 너무 힘들었다. 물론, 그 시내버스가 시외버스 되는 그 버스를 타고. 콜롬보는 이번 여행에서 생략했는데, 간 걸로 쳐도 될만큼 콜롬보 안에서 콜롬보 시내를 뺑뻉 돌았다. 너무나 너무나 놀랍게도 콜롬보는, 도시다. 이제까지 내가 본 스리랑카의 경제수준과는 엄청나게 다른...정말 다른 도시의 모습을 띄고 있었다.

 

정말, 잊지않고 싶은 일이 하나 있는데. 갈레에서 콜롬보까지 가는 버스안내원 아저씨가 자기가 콜롬보에서 내리면 공항까지 가는 버스타는 곳까지 데려다주겠다고 서툰 영어로 얘기했다. 콜롬보에 도착. 나는 사실 그 아저씨도 콜롬보 공항까지 가는 버스도 연계해서 안내하시는 줄 알았다. 근데 그건 아니었고, 자기가 다시 돌아가야 하는 짧은 시간에 나를 콜롬보공항까지 가는 버스까지 엄청빠른걸음으로 데리고 가면서, 나한테 자기 번호를 막 불러주며 자기한테 전화걸어서 내 스리랑카번호까지 확인했다. 처음에는 뭔가 했는데, 나한테 공항에 도착하면 꼭 전화하라고 했다. 제대로 잘 찾아갔는지 걱정이 되서. 어짜피 이 버스타면, 콜롬보 공항까지 가니까 사실 걱정을 안해도 됐는데, 그 아저씨는 버스 안에 유일한 외국인이었던 내가 거기까지 잘 갈 수 있을 지 걱정됐나 보다. 콜롬보 공항에 도착해서는 너무 정신없고, 짐은 무겁고 해서 핸드폰에 신경안쓰고 있었는데 진짜 버스예정도착 시간에 그 아저씨한테서 부재중전화가 찍혀있었다. 내가 전화를 다시 했는데도 안 받아서, 문자를 남겼다. 영어를 잘 못하는 사람이라서 내 마음을 전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아저씨는 정말 Wonderful한 사람이고, 덕분에 스리랑카가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했다. 스리랑카는 정말 사람들이 긍정적이고 때묻지 않은 나라인 것 같다. 수십년 간의 내전, 수많은 국가로부터의 식민지, 그로인한 경제적/사회적 불안정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참으로 놀랍도록 웃음이 많고, 친절하다. 물론 관광업이다 보니, 외국인에게서 삶을 위해 조금이라도 돈을 부풀려 받고 싶은 마음도 이해가 된다. 어떻게 보면, 나는 선진국에서는 더 속으며 살고 있으면서도, 거기서는 속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바보같이.

 

스리랑카, 회사에서의 삶도 빡빡하고, 좀 외로움을 느끼고 있던 차라, 8일간 혼자하는 스리랑카 여행이 걱정되어 비행기 다 끊어놓고도 그냥 취소하고 엄마랑 제주도에서 은신할까라고 생각했다가 떠나기 1주일 전에 마음 정해서 그대로 가게 되었는데, 진짜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다니는 것이 외롭다기 보다는 더 많은 여행객들, 현지인들과 만나서 얘기를 할 수 있었고, 저녁에는 하루종일 걸어서 바로 누워서 자기 바빠서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없었다. 교통이 미치도록 불편해서 언제 또 다시 올라나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자연을 좋아하니까 스리랑카의 아름다운 자연만으로도 굉장히 만족했고, 긍정적인 사람들로부터도 에너지를 얻고 간다. 미셸이 스리랑카 좋았다라고 했던 말과 비행기 39만원 득템으로 시작된 나의 스리랑카 여행. 사람들이 다들 스리랑카 왜 가는거냐고 여름 휴가가 이렇게 안 부럽기는 처음이라고 놀리고, 스리랑카 가이드북 하나도 한국에 없어서 영어판 론리플래닛 사고 ㅎㅎㅎ 스리랑카여행 8일 뒤 나의 마음은 동남아 방콕, 홍콩, 이런 곳들보다 훨씬 만족스럽고 좋았던 여행이었다.

 

돌아올 때, 공항까지 버스 4시간 반, 공항에서 수속만 3시간, 또 다시 쿤밍까지 5시간, 쿤밍에서 환승인데도 중국입국수속, 출국수속 다 해야 되서 1시간 반동안 마음 졸이고 뛰어서 30분만에 비행기타고, 비행기에서 또 네시간. 시차가 있긴 하지만 전 날 4시에 갈레에서 출발했는데 인천공항 비행기 내리니 4시였다. 24시간만에 밟은 한국에서. 너무나 깜짝 놀랐다. 우리나라 너무 좋은 나라여서 ㅋㅋ. 엄청 잘 되어있는 공항시설과, 집에까지 가는 편안한 공항버스리무진, 깨끗한 거리. 푸핫. 스리랑카 여행이 끝난지도 3주다. 언제갔었던가 싶기도 한데, 이렇게 정리해보니 나의 30대에 참 기억이 남는 여행이 될 것 같다.

 

 

 

▲ 2004년 쓰나미 때 일본정부에서 스리랑카에 기증한 평화의 탑이다.(Peace Pagoda)

 

 

 

▲ 사진찍을 때는 아무생각없이 찍은 건데, 이제서야 발견한 기럭지커플. 컬러감이 예쁘다

 

 

 

 

 

▲ 스리랑카에서의 마지막 관광. 스리랑카 안녕!

Posted by 돌돌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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