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15(수)_Horton's Plains에서 대자연을 느끼다.

 

스리랑카에서 매일 엄청나게 걷는 강행군과 더위와 엄청 피곤한 교통때문에 일기를 전혀 쓰지 않았는데, 딱 하루 일기를 쓴 것이 있어서 그대로 가지고 왔다. 역시 여행와서 기록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 날 직접쓴 것만큼의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왜 이렇게 쓰기가 싫지.

5시 30분에 Horton's Plains, World's End라고 알려진 곳에 갔다. 새벽부터 비 바람이 장난아니더니, 아니나 다를까 출발하는 시간에는 안개가 가득껴서 앞을 볼 수가 없을 정도였다. 스리랑카는 길이 잘 안 닦여서 그런지 100km 남짓의 거리도 버스로 3-4시간이 걸리는 나라이다. 울퉁불퉁 가는 길이 험란했다. 도착해서는 엄청난 안개에, 추위까지 후덜덜했다. 

그래도 막상 들어가니 안개가 걷히고 시야가 탁 트였다. 국립공원으로서 잘 보존되어 있는 Horton's Plains는 숲과 평야가 어우러져 있는 곳이다. 마치 태초처럼 숲도 골짜기를 따라 깊게 우거져 있고, 바람 등을 이겨낸 나무들이 가득하다. 원숭이, 사슴, 희귀한 새, 레오파드 등이 서식하는 곳이라고 하니, 잘 보존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해오고 있는 지 알 것 같다. 들어갈 때는 비닐봉지 등은 검사해서 버리고 가야한다. 그런데, 더 엄격하게 검사했으면 좋겠다. World's end에서 계란을 까먹고 계란 껍질을 그대로 버리는 애들이 있지 않나 오렌지를 까먹지 않나. 그냥 음식물은 썪으니 괜찮지 않냐고 한다면 어이가 없다.

사실 여기까지 가기위해 한 10만원 정도의 돈을 쓰 셈이니, 그 정도의 값어치가 있나 싶기도 하지만(누구나 즐길 수 있어야할 자연이니..)스리랑카에서 이런 자연이 파괴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가 싶기도 하다.

World's end까지 가는 길은 진짜 좋았는데 그 이후에 정말 평야만 계속되니까 진짜 지루하다는 느낌이 든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자연은 항상 위대하고, 경이롭고... 사람들은 어떤 생각으로 자연을 파괴하려 드는지 모르겠다. 좀 더 여유를 즐기고 싶었는데, 중국 관광객들이 갑자기 몰려들어와서, 그냥 사진만 몇 장찍고 World's end에선 발걸음을 돌렸다.

 

이 호텔에 와서 가장 좋은 점은 주는 밀크티가 넘나 맛있다는 것! 호텔와서 밀크티 한 잔 하고 우체국으로 나갔다. Victoria's Park도 구경하고. 정원이 잘 가꿔진 공원이었는데 소풍 온 애들 중 하나가 정말 정중하게 나한테 같이 사진찍자고 했는데 거절했다가 마음이 안 좋아서 결국 다시 가서 같이 찍자고 했다. 내가 너무 약아진 건지 내 사진을 어디다 올릴까봐 싫고, 사기당할 것 같고 뭐 그렇다. 지금은 다시 어제 왔던 Pedro's Tea Estate에 와있다. 여유롭고 좋다. 그런데 차 따는 사람들이 하루종일 저렇게 일하고 돈도 별로 못 받을텐데 안타깝다.】

 

 

▲ 사슴떼를 보았지만, 아침에 가는 길에는 안개가 너무 많이 껴 있었다.

 

 

 

 

▲ 저 표지판의 말이 좋아서. Kill only time, Take only Pictures. Remove only rubbish, Leave only footprints

 

 

 

 

 

 

 

 

 

 

 

 

 

 

 

▲ Mini World's End. 말 그대로 World's End의 축소판이다.

 

 

 

 

 

 

 

▲ 사진으로 잘 보이지 않지만, 자연의 변화를 이겨낸 나무들이 구불구불하다.

 

 

 

 

▲ 양 옆으로 풀따라 길을 낸 이런 평야도 있고. (어제 미국커플이 레몬그라스도 똑같이 생겼는데 잘 구분하던데. 향기를 맡아보니 레몬그라스는 아닌 것 같다) 

 

 

 

 

 

 

 

 

▲ 구불 구불 나무 숲길로도 지나가고.

 

 

 

 

▲ 여기가 바로 World's end. 절벽이어서 이런 이름이 붙혀졌다고 한다. 뭐 이런 곳은 세계에서 찾으라면 또 찾겠지만. 이름 잘 붙인 것 같다. 임팩트 있다.

 

 

 

 

▲ 같은 곳에 꽃이 나오게 한 컷 더.

 

 

 

 

▲ Horton's Plains 안에 살고 있는 유일한 마을인 듯 했다.

 

 

 

 

 

 

 

 

 

 

 

▲ 평야가 계속되어 살짝 지루해지기 시작했던 지점이었던 것 같다.

 

 

 

 

 

 

 

▲ Baker's Fall 이라고 불리던 작은 폭포

 

 

 

 

 

 

 

 

 

 

 

 

▲ 귀여운 경고표지판. 국립공원이 잘 보존되어 있다.

 

 

 

▲ 오는 길에 마주친 숫사슴. 근데 생긴 게 사슴같기도 하고, 소같기도 하고. 신기하다.

 

 

 

Posted by 돌돌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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