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04.13(수), Goodbye, My Bicycle ! 그리고 충동적인 새 자전거 구입

 

 

주말에 계속 피곤해서 집근처 카페나 노닥거리면서 지내는 삶이 익숙했는데, 요새들어 약속이 없으면 좀 심심하다.

날씨도 좋은데 아무 약속이 없어서 그런가.

 

한강 자전거 라이딩을 하고 싶은데, 마침 한강으로 쭉 연결되는 구리까지 김혤이를 보러 가볼까 해서 네이버 지도에 찾아보니 20킬로미터, 1시간 20분. 왜 난 이 거리와 시간을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한 건지. 집근처에서 자전거 타이어에 바람을 넣고 모든 준비를 마치고 출발했다.

그런데,,, 집에서 3km 떨어진 반포천 내리막길에서 갑자기 '펑' ! 고무터지는 소리가 났다. 뒷바퀴가 터진 거다. 땜질을 해서 쓰려고 근처 자전거 가게들을 돌아봤지만, 모두 이 조그마한 타이어를 찾아야 하는데 찾기 힘들거라고 한다. 내가 몸이 힘들었는지 어쨌는지 왠만하면 다시 그냥 집에 끌고 왔을텐데 집까지 가는 게 너무 너무 힘들었다. 한 자전거 가게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사장님하고 얘기하는데 갑자기 그 가게에 있던 멋져보이는 자전거들이 눈에 들어왔다. 몇백만원대부터 40만원대까지 종류가 다양했는데 40만원대도 분명 비싼 가격인데, 몇 백만원짜리를 보니 진짜 저렴한 것같이 느껴지면서, 별 합리화 하는 생각들이 다 들기 시작했다.

'어차피 지금 자전거는 기어도 없고, 무거워', '한강 자주다니려면 자전거가 하나 필요하긴 해', '어차피 타이어 알아보는 것도 힘든데 그냥 사버려?'

 

결과는... 아래와 같다. 구매 계획도 없었는데, 전 자전거가 고장나서 그냥 버리고 하나 샀다. 나름 큰 소비인데 충동적으로.

내 성격같아서 아마 이전에 쓰던 자전거도 중고나라에 팔든지 할 것 같은데, 그냥 자전거 가게에 버리고 왔다. 한 3만원은 받았을 수도 있겠지만. 다 귀찮았다. 한강과 어울리는 반짝반짝 빨간 나의 자전거.

 

<새 자전거가 나를 찾아왔다!>

 

 

내 예전 자전거와 얽힌 추억이 참 많은데. 학생시절 20-30만원도 엄청 엄청 큰 소비로 느껴졌던 시절, 인터넷을 뒤지고 뒤져 12만원짜리 자전거.

반포 살 때는 자주 한강에 끌고 나가기도 했고, 밤에 여의도까지 갔다가 그 때도 타이어 펑크나서 끌고 반포까지 걸어오는데 비까지 와서 정말 춥고 처량했던, 최근 2-3년간은 빛 못보고 쳐박혀있었고, 그러고보니, 예전에 가영이가 내 자전거를 타고 일본 자전거여행도 했었는데 도대체 어떻게 했을까. 진짜 신기하다. 기어도 없고 무거운데. 그래도 덕분에 내 자전거 세계구경도 하고.

 

그 추억을 다 가지고도, 새자전거 받았다고 신나서 옛날 자전거 쳐다보지도 않고 한강라이딩을 떠나버렸다. 그래서 잠실철교에서 자전거 사장님한테 전화해서 사진한장만 찍어서 문자로 보내달라고 했다. 미안. 8년을 함께한 자전거인데. 사장님이 문자에 사진과 '굿바이 마이 바이크'라고 써서 답장보냈다. 물건일 뿐이지만 저 말이 어찌나 마음에 와닿았는지. 진짜 굿바이 마이 바이크!

 

<굿바이, 마이 바이크>

 

 

새 자전거를 타고, 구리까지 달리기 시작. 자전거 씽씽 나가니까 기분도 너무 좋았다. 저번주말보단 약했지만, 여전히 미세먼지 수준이 나쁨인 날이었지만, 탁 트인 한강과 자전거길을 따라 봄꽃들이 피어있어서 너무 아름다웠다. 사진을 찍어두고 싶었는데, 구리까지 빨리 가야겠단 생각과 핸폰꺼내서 중간중간 멈춰서 찍는 게 불편해서.(일요일엔 도전을!)

 

다만, 오랜만에 타니 동호대교에서부터 이미 숨이 헉헉 차올랐다. 아 압구정이 이렇게 멀었던가. 구리에서 저녁을 먹겠다는 일념하나로 달렸지만 아마 목표가 없었다면 이미 돌아왔을 것 같았다. 잠실철교까지 갔을 때 평소에는 이정도만 타면 되겠다라고 생각했다. 반포천에서 50분거리. 우리 집에선 딱 1시간이 되었겠다. 사실 한강 반대편으로 넘어가지 않고 쭉 달리는 거라면 좀 더 달릴 수도 있었겠지만, 구리로 넘어가야 하는데 올림픽대교 지난 이후로는 언제 군자교로 넘어가야 하는지, 구리 방면으로 어떻게 가야하는지 계속 생각하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게다가 군자교 건너는 거. 진짜 차가 바로 옆에서 쌩쌩달리고 자전거도로가 자전거도로인지 사람길인지도 모르겠고, 진짜 최악은 건널목이 신호도 없고 고가도로에서 군자교로 넘어오는 차들인데 그냥 눈치 봐서 건너야 한다는 점. 정말 별로였다.

 

아 게다가, 광나루 인근에서 앞의 자전거에 걸려 넘어져서 부상입은 것부터 사기저하.

 

 <결코 만만하지 않은 구리까지의 라이딩, 실제 내가 출발하고 도착한 곳까지의 거리는 23km>

 

구리에 도착해서도 기진맥진했다. 돌아갈 길이 굉장히 걱정됐지만, 다행히 선거일, 임시공휴일이라 중앙선과 7호선을 환승하여 집까지 왔다. 자전거로 시작해서 자전거로 끝난 하루였다. 일요일에도 자전거 타야지. 이번엔 여의도로 가볼까나. (엄마의 걱정을 덜어드리고자 피부상하지 않게 얼굴은 가리고) 당분간은 이렇게 멀리까지는 못 갈 것 같지만 팔당구간이 좋다고 하니 지하철까지 그 근처로 가서 한 번 가보고 싶다.

 

 

 

다음지도로도 한 번 표시해봤다. 진짜 멀리갔다 왔네. 지하철 없었으면 진짜 클날뻔.

Posted by 돌돌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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